자본시장통합법, `한국판` 골드만삭스 이끌까 (이데일리)

자본시장통합법, `한국판` 골드만삭스 이끌까 중장기적으로 대형 금융투자회사간 경쟁체제 유도 `시장 자유롭게, 투자 공정하게, 투자자보호 강하게` `저축성` 자산, `투자성`으로 이동 선진IB 따라잡기, 순탄치만은 않을듯 입력 : 2006.02.19 12:00 [이데일리 김수헌기자] 정부가 자본시장 판갈이를 위해 이른바 `자본시장통합법`이라는 이름으로 준비해 온 `금융투자업과 자본시장 관련 법률` 제정방안이 발표됐다. 정부가 이를 통해 겸영금지나 운용상품제한, 펀드 투자대상자산 제한 등의 규제를 풀고 투자자 보호장치를 강화하겠다고 하자, 금융업계는 "때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다행"이라는 반응들이다. 그만큼 이같은 규제들이 오랫동안 자본시장의 발목을 잡아왔다는 뜻이다. 증권업 자산운용업 등 업종간 칸막이나 법에 정해진 상품 외에는 다룰수 없게 한 열거주의가 선진투자은행들에서 볼 수 있는 시너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해 온 데다, 미흡한 투자자 보호장치가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뜨렸다는 점을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 은행 보험업법을 제외하고 증권거래법 선물거래법 자산운용법 신탁업법 등 14개 법률을 통합 재정비하게 된 것은 기관수로 증권사가 은행보다 2배나 많으면서 영업이익은 3분의1에도 못 미칠 정도로 수익성이 척박하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현단계에서 글로벌 IB(투자은행)과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지 않고는 국내 금융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절박한 상황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번 법안 시행 이후 중장기적으로 업계간 자율적 인수합병(M&A)이 활발해져 대형 금융투자회사가 탄생하기를 기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자본시장의 변화가 시중자금을 은행 예적금 등 저축성 자산이나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에서 투자성 금융자산쪽으로 이동시킬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금융회사 경쟁력 강화를 통한 자본시장 업그레이드나 자금이동 등을 위해서는 `산 넘어 산`의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충고다. 자산운용능력 강화나 경쟁력 있는 상품개발 등은 단시간에 불가능하고, 해외네트워크 등 국제금융부문이 취약한데다 전문인력 양성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난제들을 푸는데 정부와 업계가 공동으로 나서지 않으면, 법안 시행 이후에도 공이 자본시장으로 넘어가지않고 정책당국에 머물 수 있다. ◇겸영허용..메이저 증권사 중심 구조조정 서막 기존 증권사 자산운용사 선물사 등은 법 시행 유예기간동안 `금융투자회사`로 전환하고 ▲매매업 ▲중개업 ▲자산운용업 ▲투자일임업 ▲투자자문업 ▲자산보관관리업 등 기능별로 분류된 6개 업종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예들 들어 A증권사가 기존의 매매업 중개업 외에 자산운용업 투자자문업 자산보관관리업을 하고 싶다면 여기에 필요한 요건을 갖춰 인가등록을 받으면 겸영이 가능해진다. 6개 업종을 모두 하는데 필요한 자본금은 800억원, 파생상품까지 취급하는데는 1800억원 선을 넘지 않을 전망이다. 이렇게 겸영이 허용되면 금융회사들의 `몸 만들기`에 착수할 가능성이 높다. 여러 종류 금융사를 거느린 재벌그룹들이나 은행 금융지주회사들은 계열 증권사를 중심으로 뭉치거나, 독립 금융사들간에는 짝짓기 현상이 나타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법 시행 1~2년뒤부터는 5~6개 증권회사가 대형 금융투자회사화(化)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연구원 김형태 부원장은 "대형 금융투자회사가 등장하면 중소형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선물사는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규모의 경제` 달성이 어려운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은 주식 채권 외에 새로운 운용자산에 특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자본시장 규모를 고려할 때 2단계 정도 M&A를 거쳐 4~5개의 대형 금융투자회사가 자본시장에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겸영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기도 하다. 증권사가 자산운용까지 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이해상충 문제가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고객돈을 운용하면서 위탁수수료 수익을 늘리기 위해 잦은 매매를 한다든지, 회사돈이 들어간 고유계정에서 발생한 손실을 고객의 신탁계정에 넘길 가능성 등이다. 이같은 이해상충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진 투자은행들은 내부관리시스템을 두는 한편 경우에 따라서는 자산운용파트와 다른 업무영역간 인사교류 차단이나 조직분리 등을 단행하기도 한다. 임영록 금융정책국장은 "이해상충 내용을 파악 관리하는 내부관리시스템 구축을 의무화하는 한편 임직원 겸직제한 등 엄격한 `차이니즈 월`을 적용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중"이라고 말했다. ◇`한국판` 골드만삭스 가능 對 "외국사 시장확대만 돕는 거 아니냐" 정부는 금융통합법을 통해 `한국판` 골드만삭스가 탄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고 누누이 강조해왔다. 재경부 분석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등 세계 3대 투자은행은 직접투자 위탁매매 자산관리 투자은행(IB)업무 등의 비중이 대체로 고르게 분포한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4대 증권사마저 위탁매매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자기자본규모는 국내 4대 증권사 평균(1조5000억원)이 세계 3대 투자은행 평균(28조원)의 18분의1, 수익성은 2004년 말 ROE 기준으로 3대 투자은행이 15~19%인데 비해 우리는 -11.7~4.6%에 분포해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상품규제를 폐지하거나 아무 자산에나 마음대로 투자할 수 있는 혼합자산펀드 허용 등의 조치가 오히려 우리나라에 진출한 글로벌 IB들이 마음놓고 휘저을 수 있는 기회만 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증권사들이 새 법 시행 이후 은행 수준의 수익성을 따라잡는데만도 수년이 걸릴텐데, 1~2년 동안 합종연횡을 겪으면서 상품개발과 운용에 상당한 노하우를 가진 글로벌 IB들과 경쟁하기에는 벅차지 않느냐는 것이다. 재경부는 이에 대해 "우리 금융투자회사들이 외국 유수회사에 비해 영세하지만 국내 사정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고 인력도 우수해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도성 증권연구원장(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우리 증권사들이 우리 기업 IB업무를 할 때 사정을 더 잘 알기 때문에 골드만삭스같은 외국사가 시장을 휩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투자행위에는 홈 바이어스(투자자들이 자신이 잘 알거나 인연이 있는 자국에 투자하려는 경향)가 있기 때문에 골드만삭스나 메릴린치의 싹쓸이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말하자면 외국사에 대응할 준비기간과 홈그라운드 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시장은 현실적으로 한미 FTA협상과 관련이 있는데다 미국이 우리 금융시장에 대한 전면적 포괄주의 도입 등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자본시장통합법이 독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차단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저축성 자금`→`투자성 자금`으로 이동 가능성 이번 방안에서 눈에 띄는 것은 펀드의 투자대상자산 제한을 풀기로 한 것이다. 증권펀드는 주식 채권 등 증권과 파생상품 외에는 투자를 할 수 없지만 앞으로는 증권 파생상품 등의 비율을 50% 이상만 유지하면 나머지는 부동산 실물자산(금 원유 등), 특별자산(보험청구권 은행대출채권 등)에도 투자할 수 있게 된다. 부동산펀드나 특별자산펀드가 증권에 투자가능해지는 것도 마찬가지. 특히 주(主)투자대상 자산비율과 상관없이 시장상황에 따라 아무 자산에 언제나 투자할 수 있는 `혼합자산펀드`도 허용된다. 이같은 펀드운용자산 제한 완화조치와 대형 금융투자회사의 상품개발 등이 맞물리면 저축성 자산이 투자성 자산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현재 우리나라 가계자산의 17%만이 금융자산에 투자되고 있으나 앞으로 비금융자산에서 금융자산으로, 그리고 저축성자산에서 투자성 자산으로 자금이동이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연기금 등의 주식투자 비율을 더 높이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이제 한 고비 넘어..아직 `산 넘어 산` 법안이 넘어야 할 첫번째 산은 일단 금융업계와 투자자들의 반응이다. 재경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투자자와 금융업종 종사자들은 그동안 한국자본시장 발전에 가장 큰 돌림돌이 돼 온 요인으로 `투자자 보호장치 미흡`을 가장 많이 꼽았다. 재경부는 상품의 원금손실 가능성이나 상품내용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으면 원금손실시 금융회사가 배상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현재 설명의무가 있는 자산운용사 뿐 아니라 증권 투자자문 투자일임 기업구조조정투자 신탁 등에도 구두설명의무를 부과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충분한 구두설명`부분은 사실상 분쟁이 발생하고 양쪽 주장이 엇갈리면 상당한 논란 여지가 있다. 이해상충 방지책도 좀 더 구체화해야 할 부분이다. 투자자산과 비율 무제약 펀드는 다양한 자산운용에 따른 수수료 인상부담, 금융회사의 상품운용 부담가중 등으로 인해 금방 활성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재경부 분석이다. 재경부는 애초에는 펀드 투자자산 제한을 완전히 트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현행 증권펀드의 증권비중 40%, 부동산펀드의 부동산관련자산 비중 70% 등의 비율조건을 각각 50%선으로 낮추고 나머지 자산은 아무 대상에나 투자를 허용, `느슨한 벽`을 유지키로 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증권계좌의 은행계좌기능 확보여부가 가장 큰 관심거리다. 증권계좌를 통한 결제 송금 수시입출금은 법에 강제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은행권과 증권회사들이 협의해야 할 부분이다. 증권사들은 과거에도 꾸준히 은행공동망 이용을 요구해왔지만 증권사의 직접적인 망이용은 반대에 부닥쳐왔다. 법안이 업계 구조조정을 야기할 수 있는만큼 긍융업계가 득실분석을 마치면 대(對) 국회 로비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중소형 금융회사와 자산운용사의 경우 이번 법안에 대해 전반적으로 공감하면서도 일부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인수합병에 따른 인력구조조정 발생시 금융노조 등을 통한 조직적 반발이 있을 수도 있다. 은행의 경우 상당수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 계열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등을 거느리고 있는 경우가 많아 금융투자회사 출범에 따른 득실은 비슷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파생상품시장이 확대되면 은행대출채권 등 위험자산에 대한 파생거래가 활발해져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김형태 증권연구원 부원장은 "보험사 역시 다양한 금융상품이나오면 위험을 헤지하거나 수익을 높일 수 있는 자산운용대상이 확대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겸영회사가 출범하면 증권업협회 자산운용협회 선물협회 등 여러개 이익단체가 있을 필요성도 줄어들기 때문에, 이들 이익단체들의 반발도 있을 수도 있다. 법안에 대한 최종손질권한은 국회에 있기 때문에 이같은 이해관계자들의 대(對) 국회활동에 따라 법안 내용 가운데 일부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 이데일리 김수헌 기자 shkim2@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