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리포트)적립식펀드 과연 무소불위인가(이데일리)

광고 [이데일리 지영한기자] 펀드로 대표되는 간접투자가 새로운 투자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저금리-고령화` 이슈로 위험자산 투자를 통한 자조(自助)의 필요성이 크게 부각된 까닭입니다. 그런데 간접투자의 대명사인 펀드는 위험자산입니다. 운용실적에 따라 이익을 볼 수 있지만 크게 손실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극히 일부겠지만 일선 창구에선 이러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증권부 지영한 기자가 펀드투자에 대한 생각을 정리합니다. 작년 11월 퇴직연금 취재를 위해 일본의 산덴(SANDEN)이라는 자동차 부품회사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산덴은 일본에서 확정기여(DC)형 기업연금을 2번째로 인가받은 곳으로, DC연금을 도입하려는 일본업체들에겐 벤치마크의 대상입니다. 이 때 만난 산덴의 총무인사부장인 하타씨는 "산덴은 정말로 운이 좋았다"고 말하더군요. 산덴이 기업연금을 확정급부(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하고 주식을 사들일 무렵엔 일본증시가 침체를 보였는데, 시간이 좀 지나자 증시가 대세상승으로 돌변해 연금자산이 덩달이 불어났다는 겁니다. 잘 아시겠지만 DC(Defined Cotribution)형 퇴직연금은 기업이 내는 부담금이 사전에 확정돼 있고 근로자가 적립금을 운용을 책임지는 형태입니다. 근로자는 은행상품은 물론이고 주식 채권 등 다양한 상품에 연금자산을 운용하죠. 며칠뒤 홍콩에선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 홍콩`의 마크 코닌 대표를 만나 홍콩의 퇴직연금제도를 설명받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홍콩의 퇴직연금제도는 강적금(强積金·MPF) 이란 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강제연금제도로, 기본 형식은 DC형입니다. 코닌 대표도 산덴에서 들은 것과 비슷한 얘기를 했습니다. 2000년 MPF가 출범한 이듬해 정보기술(IT)주 거품 붕괴로 세계 증시가 급락해 연금자산 운용환경이 크게 악화됐지만, MPF가 정기 납입금으로 주식을 꾸준히 사들인 결과 이후 주식시장이 `브이(V)`자 반등을 보이자 MPF 가입자들이 큰 수혜를 입었다는 것이죠. 아마도 펀드투자 경험이 있으신 독자분이라면 산덴의 하타 부장이나 알리안츠홍콩의 코닌 대표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쉽게 이해하실 겁니다. 이들은 기자에게 소위 `달러 코스트 에버리징 효과(Dollar Cost Averagrig Effect)`를 실례를 들어가며 열심히 설명했던 것이죠. 우리가 흔히 `적립식펀드 효과`라고 부르는 `달러 코스트 에버리징 효과`는 `매입단가인하효과`라고도 부릅니다. 일정한 자금을 일정한 기간, 예를들어 매주, 격주, 매월, 분기 등 규칙적으로 주식 등에 투자하면, 평균 매입단가를 하락시켜 투자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바로 `달러 코스트 에버리징 효과`입니다. 산덴의 경우 DC형 연금제도로 전환한 2002년 일본 증시의 닛켓이 지수가 8000대까지 떨어져 기업연금 입장에선 종전보다 싼 가격으로 주식을 사들일 수 있었고, 2003년 7600선을 바닥으로 주식시장이 대세상승으로 돌아서자 ` 달러 코스트 에버리징 효과`를 톡톡히 누렸던 것이죠. 홍콩도 마찬가지였습니다. MPF가 도입된 직후 주식시장이 곤두박질 치자 MPF는 주식을 싼 가격에 더 많이 사들일 수 있었고,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서자 MPF는 `달러 코스트 에버리징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코닌 대표는 당시 홍콩 직장인들이 `달러 코스트 에버리징 효과`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결과는 좋았다고 합니다. 처음엔 MPF 도입에 적지 않은 불만을 내보였지만 달러 코스트 에버리징 효과가 본격화하자 직장인들의 자발적인 연금납부가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 코닌씨의 설명이었습니다. 이처럼 소위 적립식펀드 효과는 세계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습니다.한국에서도 1~2년전부터 적립식펀드 붐이 크게 일어나고 있죠. 아마도 `달러 코스트 애버리징 효과`가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적지 않은 호소력이 있는 모양입니다. 특히 근래 주가가 `롤러코스트`처럼 등락해도, 은행과 증권사 창구에선 주저할 필요없이 적립식펀드에 가입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거치식 펀드라면 기간분산 등을 해야하겠지만 적립식펀드라면 주가 등락에 크게 신경쓸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 따라붙곤하지요. 요즘처럼 주가가 큰 폭으로 출렁일 때는 `달러 코스트 에버리징 효과`를 더욱 더 강조되는 듯 합니다. 주위에선 적립식 펀드의 가입 시점을 물었다가 창구 직원으로부터 `무식쟁이` 취급을 받았다는 얘기도 들려옵니다. 그 유명한 `달러 코스트 애버리징 효과`도 모르느냐식의 핀잔을 들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적립식 펀드는 무조건 안전할까요. 주가의 단기등락과 같은 잔파도에 연연하지 않고, 적립식 펀드를 몇년간 꼭 쥐고 가면 손실없이 반드시 수익을 낼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적립식 펀드는 장기간 운용할 경우 수익률의 변동성을 줄이고, 손실을 볼 확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거치식 펀드와 마찬가지로 적립식 역시 환매시점의 주가수준에 따라 이익을 볼 수도 있지만 손실도 입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펀드 가입 시점보다 환매시점의 주가 수준이 높다면 거치식이나 적립식 펀드는 당연히 이익을 얻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환매시점의 주가수준이 매입시점보다 낮은 경우라면 손실을 볼 수 있습니다. 더욱이 미래는 알 수 없지 않습니까. 어떠한 악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 모릅니다. 현재 1300대인 코스피지수가 97년 환란(換亂)이나 2001년 9·11테러 직후 처럼 200~400선까지 추락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물론 저금리 시대를 맞이해 적립식펀드 수요는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마땅한 대안이 없으니까요. 그렇기에 금융기관 창구에선 적립식 펀드도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제대로 알려야 합니다. 금융기관들은 듣기에 좋은 `달러 코스트 에버리징 효과`만 강조하기 보다는 분산투자 등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적극 알려야 할 것입니다. 근시안적 실적쌓기에만 급급해서야 되겠습니까. 고객의 자산은 단돈 1만원도 금쪽같이 소중한 것입니다. <저작권자ⓒ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영한 (yhji@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