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시그널, 있었나 없었나 (이데일리)

1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결과를 놓고 채권시장에 편이 갈렸다. 콜금리 인상 가능성이 희석된 것인지, 아니면 강화된 것인지 저마다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쪽에서는 "금리인상 시그널이 없었다"며 상당기간 콜금리가 동결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경기에 대한 한은의 자신감이 한층 강화됐다"며 당장 2월 인상이 예상되고 추가 인상도 있을 것이란 견해를 피력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 유료뉴스인 `마켓플러스`에 1월 13일 오후 2시 46분 게재됐습니다) 이날 채권금리는 큰 폭 하락했다. 국고채3년 지표금리는 7bp 떨어지며 5.01%에 마감했다. 장중 4.88%를 건드리기도 했다. 일단 이날만큼은 매수자가 `승리`를 가져갔다. 13일 애널리스트들은 저마다 보고서를 내놨고, 패배한 매도자의 편에 서기보다 승리한 매수자의 입맛에 맞췄다. 지표금리는 4%대로 떨어졌다. 이날 금리 하락에 대해 시장에서는 "다음달 인상을 검토하겠다"는 박승 한은 총재의 발언이 없었고, 환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통안채 발행을 크게 늘리지는 않을 뜻을 비쳐 수급에 대한 우려도 해소됐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래서 외국인들이 매수에 나섰고 국내 은행들도 숏-커버링에 들어갔다는 것. ◇ "경기가 뚜렷하게 좋아진다는데 금리는 내리네..." 금통위 직후 매도의 편에 섰던 딜러들은 마음고생을 심하게 하고 있었다. 외국계 은행 한 딜러는 "작년 4분기 성장률이 5%를 넘었고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는데 금리가 떨어지는게 맞는 건가"라며 "지나칠 정도로 높은 자신감을 보였다고 생각했는데 시장은 반대로 가고 있어 당황스럽다"고 했다. 그는 금융위의 통화정책 방향 성명서와 박승 총재의 모두발언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닌게 아니라 한은의 경기판단은 분명 개선돼 있었다. 박승 총재는 기자간담회 모두발언에서 ▲경기회복세가 뚜렷하고 부진햇던 설비투자도 상당폭 증가했으며 ▲한은 예측대로 경제성장-물가안정-국제수지 흑자가 고른 성장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했다. 금통위 성명서 내용도 박총재의 모두발언과 다르지 않다. 덧붙여 ▲물가는 안정세 보이나 경기회복과 고유가로 상승압력 잠재, ▲부동산가격 국지적 오름세 ▲금융시장 유동성 사정 원활과 금융기관 여신 지속 증가를 강조했다. 모두발언이나 성명서 내용만으로만 보면 `금리동결`보다는 `금리인상`이 더 어울릴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콜금리는 동결됐고 박 총재는 "회복세 지속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며 아직도 불확실한 요인들이 있어 회복세의 정착을 위한 것"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콜금리를 동결시킨 `불확실성`은 무엇일까. 시장이 받아들인 것은 환율 하락이었다. ◇ "금리인상 시그널, 받았나 못받았나" 이데일리는 12~13일 공식 발표된 분석과 별도로 10여명의 이코노미스트,애널리스트, 딜러,브로커 등에게 "금리인상 시그널을 받았나 못받았나" 물어봤다. 결과는 다소 엇갈렸지만 2월 인상 시그널을 받았다는 쪽이 우세했다. 시그널 여부에 대한 명시적인 답변을 하지 않은 응답은 제외했다. 최석원 한화증권 채권분석팀장은 "작년 8월 생각이 난다"고 했다. 박승총재는 인상 시그널을 줬다고 하고, 시장은 못받았다고 했던 기억이 되살아난다는 것. "경기관이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것 자체가 한걸음 또 전진한 것"이라며 "금리인상 시그널을 줬다고 본다"는 대답이다. 환율하락때문에 금리를 올리지 못한다는 논리에 대해 그는 부정했다. "2001~2004년과 지금의 원화강세는 다르다. 그때는 경기가 나쁠때 글로벌 달러약세로 환율이 내렸고 지금은 거시경제가 좋아진게 원화강세 이유"라는 것이다. 그는 "환율이 떨어져 금리를 못올린다면 그럼 현재나 미래의 경기가 좋아서 통화가 강세인 나라는 늘 금리를 내려야 되느냐"고 반박했다. 박혁수 동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환율에 모든 관심이 쏠려 있어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얘기가 묻혀 버렸다"며 "그러나 분명 금리인상 기조에서 후퇴한다는 시그널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환율하락에 대해 상당히 유연한 태도를 보여준 것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글로벌 달러 약세가 다른 나라 금리인상을 억제할 것이란 주장이 논리적으로 가능하다고 보지만 그것은 환율하락때문에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경우"라며 "한은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입장이었고 우리나라 원화가 그정도로 국제적인 메이저 통화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대곤 리딩투자증권 차장은 "금리인상 시그널을 강하게 줬다"고 했다. 경기회복 지속성에 확신이 들 때에는 금리를 올린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는 것. 그는 "다만 시장에서는 작년에 금리가 좀 빨리 올랐다고 보고 있어 베어마켓 랠리가 진행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종희 신영투신 펀드매니저는 2월 금통위때 금리를 올리면서 한은이 "1월에 신호를 주지 않았느냐"고 해도 될만한 `꺼리`는 있었다고 했다. 또 경기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은 환율을 거론한 것이며 결국 환율에 대한 판단에 따라 통화정책의 행보가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김재은 SK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달에는 표면적으로 총재 발언에서 기존과 같은 금리인상 시그널을 확인하기는 좀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여전히 인상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듯 하다"며 "(다음달에) 올리겠다고 하면 한달전인 지금 다 반영해 버릴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박승 총재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달에 시장에서 동결을 모두 예상했다고 하니, 우리가 너무 직설적으로 시그널을 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말을 해 묘한 뉘앙스를 풍겼다. 공동락 교보증권 책임연구원은 "금리인상 시그널을 줄 만큼은 줬다고 본다"며 "다만 다음달에 올리겠다는 식의 시그널은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최완석 새마을금고연합회 차장은 "시장은 추가 인상 시그널이 없는 쪽으로 해석하는 것 같다"며 "시그널이 없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아니라고 꼭 못박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환율 때문에 한은이 다소 조심스러워 지는 것 아닌가 생각은 한다"며 "시차는 있을 수 있지만 인상은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기현 서울증권 대리는 "금리인상 시그널은 없었던 것 같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정도였다고 본다"며 "2월에 나올 12월 산업생산 등의 지표를 보고 인상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