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누가 환매(換賣)를 꿈꾸는가 (이데일리)

주가가 계속해서 오를수록 펀드 투자자들의 갈등은 깊어갑니다. 가만 있어도 심난한데 곳곳에서 "먹을만큼 먹었으니 환매할 때도 됐다"며 부추기기까지 합니다. 일부 연기금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증권부 배장호 기자가 이 고뇌의 현장을 따라가 봅니다. 새해 벽두부터 정치권이 장관 인사문제로 시끄럽습니다. 이번 인사를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은 장관 내정자가 부적합한 인물이라고 주장합니다. 사실 '부적합'을 설명하는 논리적 근거는 별로 없어 보입니다. 장관 내정자에 대한 '웬지 모를 거부감'은 급기야 당-청간 갈등으로까지 비화했습니다. 새해 증시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사상 최고치 주가를 이끈 적립식펀드지만 '웬지 모를 대량 환매 예감' 소문이 투자자들 뒷머리를 쭈뼛 서게 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일간 증시 수급구도를 살펴보면 실제로 이 고민을 하고 있는 투자자가 분명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물론 개인투자자들이야 펀드 가입과 환매를 일정규모로 반복하는게 일상이지만 연기금과 같은 기관투자자라면 의미가 좀 다를 것입니다. 연기금의 환매 고민을 추측하는 근거는 최근 몇일간 연기금이 쏟아냈던 누적 현물 매도규모와 선물 매매패턴 때문입니다. 배당락이 종료되던 직후인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4일까지 연기금은 무려 7132억원의 현물을 순수히 팔아치웠습니다. 매일 1500억원 가까이 순매도 셈입니다. 예전 증시 상황이었다면 짧은 기간동안 벌어진 매도 공세를 견디지 못했을 겁니다. 다행히 투신 펀드와 돌아온 외국인 덕분에 주가는 이 기간동안 오히려 크게 올랐습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연기금의 대량 현물 매도가 저평가된 선물 가격으로 인한 인덱스펀드의 스위칭매매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물 주가가 오르는 속도가 선물 가격의 상승 속도보다 빠르다 보니 매도차익거래의 빌미가 생겼고, 연기금이 인덱스펀드 스위칭매매를 통해 이 차익거래를 실행한 데 지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 기간 중 감행했던 선물 매매를 들여다보면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7000억원이 넘는 매물이 단순히 인덱스펀드의 현물을 선물과 바꿔치기 한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면 현물을 판만큼 선물을 샀어야 하는데 결과는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기간 중 연기금은 현물 매도금액의 절반에 불과한 3871억원어치만 선물을 순매수했습니다. 결국 7132억원과 3871억원의 차이 만큼은 연기금이 뭔가 다른 일을 꾀했다는 얘기가 성립합니다. 프로그램매매야 무위험 차익기회가 생기면 연기금의 의사와 관계없이 자동 실행되는 것이지만, 투자판단에 따라 뭔가 다른 의도를 가진 것이라면 쉽게 넘길 수 없는 사건이겠지요. 여기에는 두가지 가정이 성립 가능합니다. 첫째는 현물 매도금액 중 스위칭 매매는 3871억원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연기금이 액티브펀드를 대량 환매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가정이 사실이라면 연기금은 확실히 펀드 환매를 결심한 것으로 간주해도 좋을 겁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렇지는 않은 듯 합니다. 이 기간 중 선물 저평가가 지속되면서 차익거래 기회가 계속 주었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7132억원 중 대부분이 스위칭 매매일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설득력 있는 나머지 가정은 "연기금이 이 차액만큼 선물을 순매도했다"는 것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기자의 생각으로는 액티브펀드 헤징 목적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것도 잘 이해가 안가는 일입니다. 주가가 계속해서 오르는데 선물을 사기는 커녕 오히려 팔고 있다니. "난 더 이상 이익내고 싶지 않아"하는 것과 뭐가 다르겠습니까. 그런데 한 시장 전문가가 이런 말을 해주더군요.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는 눈앞의 이익이 보여도 때때로 눈을 감아 버리기도 한다"고 말입니다. 이들 기관들은 투자 수익과 담당운용자의 이익이 완전히 일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정한 '목표수익'을 달성하면 이익이 더 날 것 같아도 그냥 이익을 고정시키려는 유인이 있다는 것이지요. 이 두번째 가정이 맞다면 연기금들은 지금 펀드에 투자해 수익을 낼만큼 냈으니 이제 환매 시점을 고민하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