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병술년 `전화위복` 노린다 (이데일리)

[이데일리 채권외환팀] 지난해 채권금리가 급등하면서 큰 손실을 입은 채권시장 투자자들이 올해 전화위복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들은 금리방향을 예단해 `올인`하던 과거 행태에서 벗어나 채권 본연의 특성인 이자수익을 최대한 활용하는 한편 파생상품 등 다양한 투자대상을 발굴, 수익을 극대화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부와 한국은행도 시장과 불필요한 마찰을 줄여 상생의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데일리는 3일 국내 대표적인 채권투자기관 3곳과 한국은행, 재정경제부, 국민연금을 대상으로 올 한해 운용계획을 묻는 인터뷰를 실시했다. (각 기관별 인터뷰 내용은 이데일리 유료뉴스인 `마켓플러스`의 기사모음인 `M+기획`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인터뷰 내용은 3일 오전 9시10분부터 6회에 걸쳐 출고됐습니다.) ◇절치부심 채권시장.."올해는 다르다" 먼저 지난해 고객들의 환매요구에 발을 동동 굴러야했던 자산운용업계. 이들은 올해 과도한 방향성 매매를 지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지난해 듀레이션을 조정할 틈도 없이 당했던 경험이 선명한 터라 올해는 가급적 채권본연의 특성인 이자수익에 충실하겠다는 설명이다. 장영규 우리투자신탁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작년에는 어찌 보면 약세장에서 떠밀려 간 게 운용의 대부분이었지만 올해는 상황이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장 본부장은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어떻게 전략을 짤지 운용사별로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금리방향성에 대해 베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거짓말이지만 그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캐리에서 나오는 수익을 어떻게 키핑(keeping)하느냐가 올해 투자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분석 등 회사채 업무에서 내로라하는 전문가로 활동하다 지난해 투신사 채권운용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장 본부장은 업계에 발을 내딛자마자 호된 신고식을 치러야했다. 연말로 접어들면서 손실을 만회해갔지만 아직 만족할 수준이 아니라는 게 그의 자평이다. 장 본부장은 설욕전은 지금부터라며 올해야말로 채권시장의 진검승부가 펼쳐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투자대상도 다양하게‥ 다음은 은행업계. 은행들은 현물로는 금리상승기에 대처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올해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설 계획이다. 국고채뿐 아니라 통안채와 우량 회사채 등으로 눈을 돌리고 파생상품도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작년 시중은행 가운데서는 비교적 양호한 성과를 낸 국민은행이 대표적 케이스. 전유문 국민은행 증권운용부장은 "지금까지 국채 위주의 전략이었다면 이제는 국채뿐 아니라 통안채 혹은 은행채, 우량 회사채를 편입할 필요가 있다"며 "올해는 절대 수익이 높은 채권을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부장은 "파생상품도 신경 쓸 여지가 있다"며 금리스왑 등과의 연계성이 더욱 강화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지난해 금리상승기에도 국채선물과 금리스왑 등을 활용, 이익을 내는 발군의 실력을 선보였다. 파생상품 부문에서는 삼성증권도 뒤지지 않는다. 증권사 가운데서 큰 손으로 불리는 삼성증권은 지난해 금리스왑이나 선물 등 파생상품을 통해 금리상승기의 혹독한 시련을 피해갈 수 있었다. 안재완 삼성증권 채권파트장 스스로 "지난해 약세장을 피할 수 있었던 점은 행운"이라고 말할 정도. 안 파트장은 올해 2~3분기 경 채권시장 랠리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연초에는 큰 포지션을 잡기 어려울 것이라며 보수적인 접근방법을 택하겠다고 밝혔다. ◇정책당국 "시장과 친해지겠다" 절치부심 끝에 기회를 노리는 채권시장 분위기에 맞춰 한국은행과 재경부도 시장 친화적 접근을 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김수호 한은 금융시장국장은 "기본적으로 정례발행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예외적인 경우라 하더라도 시장상황에 맞춰 충격을 주지 않은 범위에서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은은 통안채 정례발행으로 시장의 예측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경부도 국고채 발행에 따른 불필요한 잡음을 줄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아울러 올해 첫 도입되는 20년만기 국고채 도입의 조기정착에 남다른 열의를 보였다. 이철환 재경부 국고국장은 "올해도 작년과 같이 월별 균등발행원칙을 유지할 방침"이라며 "이달 중순쯤 올해 국채발행 전반에 대한 구체적 자료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채권시장이 지금보다 한단계 도약하려면 장기채 시장 발전이 필수"라며 "올해 첫 발행되는 10년물 초과 장기채를 시장내 무난히 정착시켜 채권시장의 국제화를 도모하는 것이 올해의 가장 큰 목표"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 "반갑다! 20년물"..올해 채권 신규위탁 없어 채권시장의 대표적인 장기투자기관인 국민연금은 정부의 초장기채 발행에 대해 환영의 입장을 나타냈다. 박봉권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채권운용팀장은 "연기금이나 보험사 등은 그동안 장기채를 편입하고 싶어도 그렇지 못했던 부분이 있다"며 "그런 점에서 정부의 이번 20년물 발행은 반길만 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올해 투신사 채권형펀드에 신규 자금위탁을 하지 않을 방침이다. 2년동안 실시한 채권위탁운용 결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직접운용한 것보다 성과가 좋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의 지난해 상반기 채권위탁운용 수익률은 0.10%로 벤치마크보다 0.23%포인트 낮았다. 반면 채권직접투자 수익률은 0.31%를 기록, 벤치마크를 0.07%포인트 웃도는 양호한 성과를 냈다. 온기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투자전략팀장은 "현재로선 채권위탁운용 성과를 높일 수 있는 방안 등이 먼저 마련돼야한다"며 "올해 신규 채권위탁은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학선 기자 naemal@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