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역전, 경기후퇴 전주곡인가 (이데일리)

미국의 장단기 금리가 5년만에 역전됐다. 단기 채권 수익률이 장기 채권 수익률을 웃도는 장단기 금리 역전은 일반적으로 경기 후퇴의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그렇지만 일시적인 금리 역전만으로 경기후퇴를 논하기는 어렵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4년만의 경기회복세와 물가안정, 낮은 실업률 등을 감안할 때 경기 후퇴의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금리역전이 과거와는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5년만의 금리 역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국채 2년물 수익률은 4.34%, 10년물 수익률은 4.34%를 기록했다. 지난 주말 0.01%포인트(4.37%-4.36%)까지 좁혀졌던 10년물과 2년물간 스프레드가 결국 임계점을 넘어선 것이다. 3년물 및 5년물과 2년물간 수익률은 이미 2주일 전에 역전됐었다. 2년물과 10년물 수익률간 역전은 지난 2000년 12월이후 5년만에 처음이다. 2000년 장단기 금리 역전은 2001년 미국 경제는 기술주 거품 붕괴에 따른 경기 후퇴로 이어졌고 연준은 금리인하를 통해 정책금리를 1%로까지 떨어뜨렸다. 그리고 다시 지난해 6월이후 연준은 금리인상 정책으로 통화정책 기조를 변경했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의 2003년에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 이후 여섯 번의 경기후퇴에 앞서 장단기 금리 역전이 있었다. 최근 30년간 금리 역전이 경기후퇴로 연결되지 않은 경우 지난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뿐이다. 보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1954년이후 금리 역전은 항상 경기 후퇴를 잉태하곤 했다. ◇금리 역전, 경기후퇴 필요충분조건인가 그렇지만 금리 역전이 경기후퇴의 필연적인 이유인지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 가장 대표적인 경기후퇴론자가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PIMCO)의 빌 그로스다. 그로스는 지난 10월 2년물과 10년물간 수익률 스프레드 축소를 근거로 "미국 경제가 전형적인 경기 둔화 국면에 들어가고 있다"고 지적했었다. ☞관련기사 빌 그로스 "버냉키, 틀림없이 금리인하할 것"(상보) 댈러스 연준의 이코노미스트로 재직했던 호이싱튼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부회장 레이시 헌트는 "장단기 금리 역전을 경기 후퇴의 분명한 근거라고 할 수는 없지만, 무시할 수 없는 지표인 것만은 분명하다"면서 "장단기 금리 추세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라는 점에서 주시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통상 은행들이 단기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서 장기 금리로 자금을 대출한다는 점에서, 장단기 금리 역전은 시중의 유동성을 제약하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즉,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보다 높아질 경우 은행들의 입장에서 대출에 신중할 수 밖에 없고 이는 시중 자금 공급 축소로 이어진다. 레이시 헌트는 "금리 역전은 연준의 긴축정책을 반영한 것으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면서 "장단기 금리 역전은 1954년 이후 모든 경기후퇴에 선행했다"고 강조했다. ◇금리역전, 이번에는 다르다 그러나 장단기 금리 역전만으로 경기 침체를 예단하는 것은 논리적 오류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스위스 리의 미국 경제 담당 이코노미스트인 아른 라하와 북미담당 경제조사 수석인 쿠르트 칼은 "2년물 수익률과 10년물 수익률 역전만으로 경기후퇴를 말하는 것은 과장됐다"면서 "또 현재 경기 후퇴를 거론할 만한 근거도 없다"고 말했다. 물가는 안정적이고 기업들의 투자도 늘어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경제성장률은 4%대에 이르고 있다. 연말 소비심리도 호조세다. 쿠르트 칼 수석은 "경기 회복세를 감안하면, 금리 역전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고 금리 역전은 경기 후퇴의 전주곡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칼 수석은 "최근 10년간 금리 역전은 1996년초와 2000년초 일어났는데, 1996년의 금리 역전은 오히려 경기 확장으로 이어졌다"면서 "현재 상황은 1996년과 유사하다"고 덧붙였다. 역사적으로 봐도 금리역전이 모두 경기후퇴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1960년대 중반과 1998년 하반기에도 연방기금 금리가 10년물 금리보다 높아졌지만, 경기후퇴는 발생하지 않았다. JP모건 에셋 매니지먼트의 수석 투자전략가인 스튜어트 슈바이처는 예외없는 법칙은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과거 장단기 금리가 역전될 때는 장단기 채권수익률이 모두 상승세를 보였던 반면 이번에는 장기 금리는 제자리 걸음을 한 반면 단기 금리만 오름세를 보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경기 회복세가 견조한 상황에서 연말 소비도 괜찮다"면서 "금리 인상으로 인해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연준이 채권 수익률을 경기 지표로서의 유용성을 부정하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즉, 장기 금리 상승은 해외 수요 증가에 따른 것이지 경기 후퇴 기대감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컨설팅 회사인 셀런트의 데이비드 이스트호프는 "장단기 금리 역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기업들이 2000년 경험을 토대로 많은 것을 배웠기 때문에 과거처럼 패닉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이 과거 인터넷 버블 당시와는 달리 지출을 줄이면서 현금을 대거 확보, 통화긴축 정책에 따른 유동성 공급 제한에도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것이다. 금리역전이 경기후퇴로 이어질 것이냐는 논란이 분분해지면서 향후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뚜렷한 방향성은 형성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