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순의 생활 속의 펀드)장단기 수익률 이해하기 (이데일리)

(이재순의 생활 속의 펀드)장단기 수익률 이해하기 입력 : 2005.12.21 09:49 [이데일리 이재순 컬럼니스트] 하루가 시작되고 또 하루가 저무는 시간은 하얀 도화지 위에 무채색 시계바늘 돌아가듯 변함없어 보이는 데, 시간에 여러 의미로 명암을 주고 물감을 들이면 참 색다르게 느껴지곤 한다. 특히 한해를 마무리 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이즈음에는 더욱 그렇다. 톨스토이는 ‘최상의 행복은 일 년을 마무리할 때 연초의 자신보다 더 나아졌다고 느끼는 것이다’라고 했는데, 많은 사람들은 차상의 행복으로 또 내년을 기약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올 한 해 일찍 펀드투자에 나섰던 사람이라면 최상의 행복, 그 이상의 수익을 거두지 않았겠는가 생각된다. 기쁜 마음으로 얻은 좋은 물건은 자꾸 들추어 보고 느끼고 싶듯, 올 한해 거둔 펀드 수익률도 잠시 곱씹어 보고자 한다. 05년12월19일 현재 자산의 대부분을 주식에 투자하는 성장형 펀드의 평균수익률은 53.83%이다. 만약 작년 말, 올 한해를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마음으로 펀드에 1억을 투자했던 투자자라면 평균적으로 약 53,830,000원의 수익이 발생했을 것이라는 의미다. 게다가 성장형 펀드의 경우 수익률의 대부분이 주식매매나 평가차익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금으로 빠지는 금액도 크지 않다. (우리나라에선 주식매매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이 없다) 이대로만 진행된다면 99년 63.52%를 거둔 이래 최고의 수익률을 거두는 한 해가 될 듯싶다. 그러나 그 때와는 사뭇 다르게 상대적으로 요란스럽지 않게 거둔 성과라는 점은 이래저래 차분해 질 수밖에 없는 올 연말 분위기답다. 그러나 이러한 기쁨을 누구나 누리는 것은 아니다. 펀드에 대해 과거에 안 좋은 기억을 가졌다거나, 투자는 나의 것이 아니라거나, 남들보고 하겠다고 기대렸다거나 하는 등등의 사람들은 올 해는 이대로 보내고 내년을 기약할지 모르겠다. 그러면서 마음 한편으로는 남이 거둔 올 해의 수익에 대한 아쉬움과, 앞으로의 수익에 대한 조바심으로 무작정 판매회사를 찾아가곤 한다. 그리곤, “요즘 수익률 제일 높은 게 어떤 건가요?” 대뜸 물어볼지도 모른다. “A펀드는 60%고요, B펀드는 57%, C펀드는 55%네요” “아, 그래요. 펀드는 나눠 투자하라고 했으니까, 대충 3개 펀드에 나눠 넣으면 되겠네요?” “그러시죠. 보시는 것처럼 수익률이 높은 펀드니까, 좋은 펀드라고 할 수 있죠. 가입하시고도 후회는 없을 거예요” 대화 내용 중에 펀드라는 단어만 빠졌다면 마치 생선 가게에서 생선 고르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내용처럼 보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대화 내용은 실제 펀드 판매회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 중 하나라고 하면 과장된 표현일까? 펀드를 고르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운용회사의 브랜드, 운용규모, 수수료 및 신탁보수 등, 그러나 그 중 가장 중요한 잣대는 역시 수익률임을 아무도 부인할 수는 없다. 당연히 높은 수익률을 거둔 펀드에 눈이 가고, 눈이 가는 펀드에 가입하곤 한다. 절세의 미인에게 눈길이 쏟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허나, 미녀를 그저 바라보는 것과 평생의 반려자로 사는 것은 별개 일 수 있다. 펀드에 있어 수익률을 통해 펀드를 고르는 것 역시 정말 중요한 잣대이지만, 문제는 수익률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것이다. 각종 언론 매체나 펀드 전문가들이 펀드를 고를 때 장기수익률을 보고 투자하라고 하고, 실제로 거의 모든 투자자가 원칙적으로 고개를 끄떡이는 명제이기도 하다. 게다가 겉으로는 단기수익률에 지나치게 연연해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이곤 한다. 하지만 막상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어쩔 수 없이 단기수익률에 끌리는 것은 인지상정인 것 같다. 하지만 단기수익률은 진정한 펀드 운용 실력보다는 운(運)에 의해 달성될 가능성이 높다. 장님 문고리 잡듯이 운 좋게 시장상황이 맞아떨어지면서 반짝 수익률이 상승하거나, 아예 새롭게 펀드를 설정하는 시점에 그때의 시장 경향에 맞게 펀드를 운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단기간의 수익률이 운(運) 때문인지, 아니면 실력에 의한 것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장기성과를 들여다보아야 한다. 특히 장기성과는 투자자들이 세세히 알 수 없는 운용회사의 질적인 정보들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 양호한 장기성과를 통해 운용조직의 안정성은 물론, 운용프로세스, 인력의 경험, 전문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간접 자료로 활용하는 것이다. 새로운 CEO나 CIO에 따라 운용 철학과 프로세스가 바뀌면서 펀드의 색깔도 수시로 변하곤 한다. 운용조직이나 운용프로세스가 안정적이지도 전문적이지도 못할 경우에는 펀드 성과도 시류에 따라 급격하게 흔들리거나 그렇지 않으면 무색무취의 맹탕처럼 나타날 수 있다. 심지어는 장기성과가 좋지 않게 될 경우 기존 펀드는 조용히 내리고 새로운 펀드를 만들어 강력한 마케팅으로 자금을 끌어 모으곤 한다. 이렇듯 장기성과를 보는 것은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장기성과가 중요하다고 해서 과연 장기성과만을 기준으로 펀드를 골라야 할까? 물론 그렇지는 않다. 장기성과와 함께 단기성과도 비중 있게 보아야한다. 단기성과를 통해서 양호한 장기성과를 유지해온 힘이 여전히 유효한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양호했던 성과가 현재에는 여러 가지 문제들로 인해 흔들릴 수 있다. 다만 단기성과를 단순히 수익률 측면에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유지됐던, 또는 양호한 성과를 기록했던 투자스타일이 현재에도 유지되는가를 판단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투자스타일이 현재의 단기수익률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펀드는 수익의 원천에 따라 수익과 위험을 특징짓는 투자스타일이라는 색깔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색깔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시장의 흐름이 변하더라도 그 펀드만의 색깔을 유지한 채 지속되곤 한다. 2004년 하반기 이후 2005년까지 주식시장은 중소형 가치주 위주로 상승하면서 펀드 수익률도 중소형 가치주 스타일의 펀드들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 이들 펀드들의 성과가 좋아지면서 중소형주 배당주에 투자하는 펀드들도 속속 생기기 시작했으며 그 규모도 급격하게 증가했다. 그렇다면 이들 펀드가 항상 좋은 수익률을 보였을까? 그렇지 않다. 불과 2003년에만 하더라도 이들 펀드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2003년에는 대형성장주가 주식시장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2003년 당시에는 대형주에 투자하는 펀드들의 성과가 매우 좋았다. 하지만 2004년 이후에는 그 반대의 경우가 발생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주식시장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쉽게 예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3년 이상 장기적인 투자를 한다면 예상의 적중률은 더욱 떨어질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따라서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 투자스타일이 다른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때 구체적인 펀드 선택에 대한 적정성은 단기 수익률을 통해서 판단할 수 있다. 주식시장이 대형성장주로 상승한다면 대형성장주에 투자하는 펀드의 성과는 양호하게 나타나야 할 것이며, 중소형주 위주로 주식시장이 상승한다면 중소형주 위주로 투자하는 펀드의 성과가 우수하게 나와야 하는 것이다. 만약 대형성장주가 상승했는데도 해당하는 펀드 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친다거나, 반대로 중소형주가 상승함에도 해당 펀드수익률의 상승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운용사나 펀드에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판단은 장기적인 성과의 테두리 안에서 단기 수익률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펀드를 고를 때 투자스타일을 분산해서 투자하되 장기성과가 좋으면서 단기적인 시장흐름에 맞춰 그 수익률을 설명할 수 있는 펀드를 골라야 한다. 펀드 선택의 가장 중요한 잣대로써 수익률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이를 적절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장기성과와 단기성과를 얼마나 잘 이해하는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새롭다는 것은 새롭다는 그 자체로써 의미가 있다. 시간도, 시간의 때가 묻지 않은 새해에는 항상 그 무언가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충만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펀드에 있어서는 적절하게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오늘을 설명할 수 있는 펀드를 고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이재순 제로인 조사분석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