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쏠림 지나치다 (이데일리)

금융시장, 쏠림 지나치다 은행대출, 가계중심 편향..주식·채권투자도 `남 따라하기` 쏠림 방지대책 마련해야..새수익원 발굴·성과급 체계 개선 입력 : 2005.11.28 15:06 [이데일리 이학선기자] 금융시장의 쏠림현상이 금융안정을 저해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이익이 난다 싶은 곳에 우르르 달려들다가 되레 큰 손실만 보고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채권시장이 꼽히고 있다. 지난해 금리하락 기대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앞다퉈 채권을 사들였던 투자자들은 올해 큰 손실을 봐야했다. 경기회복 기대와 콜금리 인상 가능성 등으로 채권값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투자자들이 우르르 채권을 내던지면서 금리가 큰 폭 치솟았기 때문이다. 급기야 박승 한국은행 총재까지 나서 "채권시장이 과열됐다"고 했지만 이미 주머니가 바닥난 투자자들은 채권을 살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은행 "中企대출, 사양합니다" 이런 쏠림 현상은 은행들의 자산운용행태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한국은행은 28일 `은행의 자산운용행태 변화와 향후 과제`라는 보고서를 내고 "국내 일반은행들이 차별화된 영업전략을 구사하기보다 다른 은행의 영업전략을 모방하는 군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1년 이래 모든 은행이 가계대출 확대에 주력했고 그 결과 기업대출이 크게 위축됐다. 특히 자금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들의 자금조달 통로가 꽉 막혔다. 지난 6월 현재 중소기업대출의 평균만기는 10.1개월로 가계 및 대기업대출의 평균만기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3개월 이하 단기대출비중도 2000년말 24.9%에서 지난 6월말 29.0%로 상승하는 등 중소기업들은 단기대출로 하루하루를 이어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담보부대출은 크게 늘어 지난 98년말 36.9%였던 주택담보부대출비중은 지난 6월말 48.7%까지 높아졌다.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줄이는 대신 안전한 주택담보대출을 늘려 부동산 거품을 부채질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주식·채권투자, 단기성과에만 급급 반면 주식과 국채 등 유가증권 사장에서는 지나친 위험추구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단기간에 고수익을 추구하다보니 위험부담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공격적으로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중요한 것은 특정 자산이나 종목의 내재가치가 아닌 다른 투자자들의 선호도다. 남들보다 먼저 사고 빠지겠다는 생각이 만연해지면서 위험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져 군집행동으로 이어진다. 앞서 언급한 채권시장의 쏠림도 이와 관련있다. 한은은 올해 초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단기업적위주에 기초한 성과급제도가 고수익-고위험 추구행태를 유발해 쏠림현상을 초래하는 면이 있다"며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위험조정성과평가를 적극 활용하는 등 채권운용자의 보상체계를 개선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강경훈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쏠림 현상에 대한 소고`라는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투자가의 투자시야가 짧다는 것이 널리 알려져있다"며 "펀드매니저와 딜러 등의 성과급체계가 단기업적주의에 기초해있는 것이 그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쏠림, 제도적 방지책 필요 이에 따라 금융시장 쏠림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박영근 한은 금융안정분석국 차장은 "은행들의 자산운용의 쏠림현상은 국가경제의 균형발전과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저해해 결과적으로 은행의 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자산운용을 분산하고 새로운 수익원 개발을 적극 유도할 수 있는 정책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강경훈 연구위원은 "금융회사의 건정성뿐 아니라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쏠림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정책당국은 성과급체계 개선유도, 기관투자가에 대한 주식거래세 부과 등 제도적 개선노력과 함께 금융시장과 금융회사의 보완성을 감안해 감독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