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화요일 `그들`은 책임없나 (이데일리)

[edaily 황현이기자] 15일 주식시장은 폭락했습니다. 또 `검은 화요일`이었지요. 여기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합니다. 중국 위안화 절상에 대한 압박감설, 북한 핵무기 개발설로 인한 불안감설, 한 외국계 펀드의 청산에 따른 대규모 주식 매도설 등등 그럴듯한 분석이 많습니다. 증권부 황현이 기자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고 말합니다. 들어 보시죠. 요즘 객장에 가보셨나요. 신문 증권면을 보셨나요. 느끼셨겠지만 증시에는 봄기운이 완연했습니다. 높이 뛰는 주가의 힘에 비례해서 강세론자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었지요. 주가가 1000포인트를 찍은 후에도 제법 의연히 버티는 모습을 보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강세장 도래에 대한 신뢰감이 강해지고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국내 증권사에 비해 보수적이던 외국계 증권사들마저 자세를 바꿨지요. 외국증권사들은 한 술 더 뜨더군요. 주가가 2000포인트까지 날아간다는 것입니다. 그네들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변화와 유동자금 증시 유입, 경기 흐름 등 거시적인 배경으로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론과 강세장 전망을 설명합니다. 그러던 증시가 15일 불의의 습격을 당했습니다. 검은 화요일을 맞이한 것이지요. 잘 나가다 함정에 빠진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투자자들은 허탈한 심정을 숨기지 않더군요. 폭락에 대한 표면적 이유는 외국인들의 지속적인 매도와 이에따른 수급불균형이라고들 합니다. 맞는 분석입니다. 그런데 반드시 그 때문만일까요. 기자는 평소 공정공시에 관심이 많습니다. 자연스럽게 그 분야에 대한 취재도 많이 하게 되지요. 공시를 들여다보면 정말 요지경입니다. 각 종목, 특히 주가 형성에 개별 주체의 의지가 개입될 여지가 큰 코스닥 종목들 사이에서 빚어지는 `미시적` 사건들이 허다합니다. 그렇습니다. 풍성했던 수급의 역전도 주가를 폭락시킨 주범이지만 이런 미시적 사건들도 한국 종합주가지수를 갉아먹는 암적 존재들이라는 생각입니다. 신뢰를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이 존재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자초하게 마련입니다. 거시 환경이 아무리 호전되고 있어도 우리나라 증시의 참여자들은 근본적으로 공정공시처럼 불특정다수에게 공표돼 있는 개별 기업 정보를, 또 개별 주가를 믿어서는 안된다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 투자자도 못 믿는데 외국인들이라고 믿을까요. 코스닥의 외국인지분이 상대적으로 낮은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뭔가 투명하지 않다는 의구심이 남아 있는 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먼나라 얘기일 것입니다.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가 나란히 2% 이상 폭락한 이날 증시의 어두운 구석을 보겠습니다.한 기업 주가가 장이 열리자마자 하한가로 추락합니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 주말 장중에 대규모 수주보도로 상한가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장이 끝난 뒤 자본잠식으로 관리종목에 지정될 우려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거래가 재개된 이번주 월요일부터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진 이 회사 주가는 이후 회사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화요일까지 줄 하한가 신세를 면치 못합니다. 이 회사 정도는 사실 기자가 보기엔 애교스러운 수준입니다. 허위 발표로 투자자들을 속이기도 하고, 공시 주체가 공시 시점을 규정이 허용하는 내에서 재량껏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장난질`을 하는, 한층 죄질이 나쁜 사례가 끊이질 않고 있는 게 최근 주가 재평가를 운운하는 우리나라 증시의 현실입니다. 오죽하면 시행된 지 몇달이나 지났다고 상장기업에 대한 집단소송제 얘기까지 나올까요. 증시에선 따는 놈이 있으면 잃는 놈이 있는 법인즉, 그런 저질성 정보에 휘둘리는 투자자가 문제라구요? `순진한` 개미들도 어차피 잃은 사람 돈 따먹는 데 혈안이 돼 있는 건 마찬가지니 자업자득이라구요? 이렇게 개인 투자자의 자질 문제로 돌리기에는 우리나라 증시가 입는 손실의 무게가 너무나 커 보입니다. 우수한 투자자의 첫째가는 덕목이 `의구심`일 수밖에 없는 시장에서 장기투자며 주가 재평가가 어떻게 가능하겠습니다. 적당히 오르면 잽싸게 빠져나오는 수밖에요. 이대로라면 한국 증시의 고질적 약점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는 없어질 것 같지가 않습니다. 시장을 혼탁하게 하고 숱한 개미들을 울리는 그들은 누구인가요. Copyrightⓒ 2000-2005 edaily. All rights reserved. 황현이 기자 (telmah@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