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5%룰 결론은? (이데일리)

[edaily 이정훈기자] 국민연금에 대한 `5%룰` 적용여부를 둘러싼 정부 부처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어, 최종결론에 시장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상장법인 주식을 5% 이상 취득할 경우 보유상황을 감독당국에 5일 이내에 신고, 공시토록 한 이른바 `5%룰`규정 도입여부를 둘러싼 재정경제부와 보건복지부간 견해차는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따라서 원만한 합의가 없을 경우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확대가 자칫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는만큼 5%룰 시행유예나 보유현황 신고시점을 다소 늦추는 방안 등이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부·국민연금 "예외적용 필요"..주식확대 안할까 `우려` 문제의 발단은 재경부가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도 5%룰의 적용을 받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증권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오는 17일 열리는 차관회의에 안건으로 상정한 것. 물론 차관회의와 이후 국무회의에서 논의는 되겠지만, 이 두 절차를 그대로 통과할 경우 국민연금도 오는 29일부터 이 시행령의 적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국민연금기금 운용에 대한 책임권한을 가진 보건복지부 연금재정과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현재 5%이상 지분을 보유한 투자대상 수나 자금규모를 감안하면 자산의 1% 정도 지분만 변해도 모두 보고해야할 상황"이라며 "이런 식이라면 사실상 모든 포트폴리오를 공개해놓은 것이라 주식에 투자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도 운용으로 수익을 올려야 하는데, 이런 길이 원천적으로 봉쇄되는 것은 물론이고 선의의 투자자들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5%룰이 적용될 경우 주식 투자를 확대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민연금 기금관리본부 관계자 역시 "의결권은 가지지만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100% 단순투자 목적인데 굳이 5%룰을 적용해서 무슨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또 "우리만 비밀리에 주식 투자를 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주식을 매수해 장기간 보유해야 하며 시장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는 특성을 감안해 어느정도 정보를 보호할 장치를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맥락에서 복지부와 국민연금측은 연금기금의 특성을 감안해 연금에 대한 5%룰 적용을 배제해주거나 주식의 일정 보유기간이 지난 후 사후적으로 보유 상황을 시장에 보고 내지 공시토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두 곳 모두 당초 부처간 협의에 없는 내용이 입법예고 이후 갑작스럽게 차관회의 안건으로 상정됐고, 그마저도 이틀전에야 확인했다는 절차상의 문제도 지적하고 있다. ◇재경부·금감원 "투자자 보호가 우선..연기금도 예외안돼" 이같은 복지부와 국민연금측 주장에 대해 재경부와 금감원은 단호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마련한 장치인 만큼 연기금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재경부 증권제도과 관계자는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와 연기금 등에 5%룰 적용 예외를 뒀지만, 올해부터 연기금 주식비중이 커지고 의결권 행사가 적극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여 이제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라갈 시점이 됐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에 들어와 투자하는 모든 외국계 펀드들도 동일한 룰을 적용받는데 연기금만 예외로 해달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복지부 입장을 정면반박했다. 결국 우리 주식시장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해외로부터의 우리 시장에 대한 평가를 한 차원 높이는 계기로 삼고자 하는 것이 재경부의 취지라는 얘기다. 연기금이 지적한 정보유출 문제에 대해서도 "국민연금의 주식 매매가 시장에 시그널로 작용하는 것은 당연하며 그를 활용할 지는 투자자들의 자유라는 점에서 연금측의 우려도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복지부가 거론한 절차상의 문제의 경우는 입법예고 이후 당연히 거치는 관계부처 의견수렴 과정에서 반영된 것이지, 갑작스럽게 임의로 포함시킨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한편 입법예고 이후 관계부처 협의과정에서 연기금에도 5% 룰을 적용해야 한다고 건의했던 금감원 관계자는 "시장 정보를 누구나 공유해야 한다는 점에서 국민연금에 대한 이번 조치는 투자자 보호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돼야 한다"며 연기금도 예외가 아니라고 말했다. ◇찬반 엇갈려..시행시기 유예 등 타협안 나올 듯 재경부와 보건복지부간에 첨예해지고 있는 국민연금 관련 논란은 실제 시장에서도 여러 의견이 나와 맞부닥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들의 돈을 운용하고 자금규모가 엄청나게 크다는 점을 들어 정보공개 시기를 늦추거나 일정 정도 한계를 정해야 한다는 쪽이 있는 반면 한편에서는 투명한 시장질서를 만드는데 국민연금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투신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우리 시장의 규모가 적은데다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연기금 내에서도 워낙 크기 때문에 이래저래 시장 참가자들의 표적이 될 수 밖에 없는 만큼 정보공개 범위를 좁히는 방안이 강구돼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개발연구원 임경묵 박사는 "미국의 경우 5%가 안되는 보유주식에 대해서도 모든 기관들이 분기마다 한 번씩 보유내역을 공시해야한다"며 "자산 운용에 불편이 따르긴 하겠지만, 국민연금도 5%룰 적용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큰 원칙은 그대로 두는 대신 5일 이내에 하게 돼 있는 신고 의무를 다소 늦추는 식으로 관계부처와 협의해볼 수는 있을 것"이라며 타협안을 내놓는 것도 괜찮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시기와 상관없이 언젠가는 국민연금에도 적용할 것이지만, 복지부 의사도 존중해 무리해서 시행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해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시행 시기를 연기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또 "정부 부처간에 갈등을 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설득을 통해 좋은 모양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한 것 역시 앞으로 협의 가능성이 남아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