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채권시장 고강도 금리인상 요구 속사정 (이데일리)

채권시장이 보다 강력한 금리인상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채권시장은 일반적으로 금리인상을 두려워한다. 중앙은행이 단기 목표금리를 인상하면 주된 투자대상인 장기 시장금리도 함께 올라 채권값이 그만큼 하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채권시장은 요즘 중앙은행의 `신중함`에 불만이 많다. 금리를 빨리 더 많이 올려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온다. 자신들이 보유한 채권가격을 더 빨리 떨어뜨려 달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얼핏 이해가 되지 않는 요구를 하는 이유는 뭘까.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강력한 금리인상보다 더 두려운게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인플레이션이다. 채권수익률은 일반적으로 명목 성장률 즉, 실질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의 합으로 여겨진다. 경기가 과열돼 명목 성장률이 급상승한다는 얘기는 채권값이 급락한다는 뜻이다. 중앙은행의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인플레 퇴치야 말로 채권시장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바인 것이다. ◆채권시장 큰 손 빌 그로스, 긴축 전도사 자처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PIMCO:Pacific Investment Management Co.)를 운영하고 있는 빌 그로스가 보다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촉구하는 행렬의 선두에 섰다.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 7일(현지시간)자 인터넷판에 실린 인터뷰에서 그로스는 "미국의 단기금리(1%)가 명목 성장률(7%)에 비해 6%포인트나 낮아 자산거품을 야기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며 "그린스펀은 이제 투기꾼들을 쫓아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로스는 "현재 1%인 금리를 대선전까지 점진적으로 2%로 올린다고 하더라도 부양적이기는 마찬가지"라면서 "2%로의 인상은 지난해의 긴급 인하조치 이전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광범위한 인플레이션이 명백해 진 뒤에서야 금리인상에 나선다면 모든 자산가격이 하락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금리인상은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단기적으로는 보유 채권이 가격하락 압력을 받지만, 금리인상은 중장기적으로 채권투자자에게 더 유리한 것도 사실이다. 이자소득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보유채권의 듀레이션을 짧게 가져 간다면 금리인상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로스는 "우리는 시장평균보다 만기를 반년 짧게 가져가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방어를 위해서 물가연동국채를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토탈리턴펀드의 물가연동국채 편입비중은 6%에 달한다. 그는 유럽 채권 비중을 늘린 이유에 대해서도 "미국 중앙은행은 부양적(인플레이션에 미온적)인 반면, 유럽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적거리는 연준 하지만, 연준은 여전히 신중하다. 도날드 콘 연준이사는 지난주 연설에서 "5월의 강력한 일자리수 증가세는 미국경제의 회복이 이제 자생력을 가졌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라면서도 "물가상승률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연준은 올해 금리를 신중한 속도로 점진적으로 인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를 급격히 인상해야 할 정도로 인플레이션이 악화되는 추세가 아니라는 게 콘 이사의 현실인식이다. 그는 "올해초 들어 물가상승 속도가 빨라진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면서 "지난 석 달 동안 거의 100만개의 일자리가 생겨나긴 했지만, 경제 일부에 여전히 취약성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앨런 그린스펀 연준 의장은 지난달 중순 민주당 폴 사베인 의원에 보낸 편지에서 과거, 즉 지난 1988년이나 1994년 당시 처럼 이번에도 금리를 가파르게 올릴 것이라고 예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채권시장 불만 확산.."이러다 인플레 올라" 4월의 근원 소비자물가상승률을 감안한 미국 국채 10년물의 실질수익률은 현재 3%에 불과하다. 지난해말까지 10년간 평균 수익률 3.25%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10년물 국채의 시장수익률은 연방기금금리 목표 1%에 비해 3.76%포인트나 높은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과거 10년간 평균치는 1.30%포인에 불과하다. 장단기 금리차가 심하게 벌어져 있다는 것은 시장이 연준에 비해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훨씬 높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의 실질 수익률과 장단기 금리차는 두 가지를 의미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수준을 감안할 때 장기 금리는 더 올라야 하며, 연준의 목표금리는 이보다 더 올라야 한다는 것이다. CIBC월드마켓의 국채 딜러 앨런 디 로즈는 "수익률이 더 상승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아직 채권 수익률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도쿄미츠비시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크리스토퍼 럽스키는 "도처에 인플레 신호가 켜져 있어 채권 투자자들이 걱정하고 있다"면서 "연준이 부양정책을 철회하는 조치에 착수할 때까지 채권 투자자들은 조심스럽게 투자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