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운용본부 "사공은 많은데.." (이데일리)

조국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지난 6일 사표를 제출했다. 그리고는 홀연히 휴가를 떠났다. 그의 사표 소식이 전해지자 금융시장 전체가 술렁거렸다. 조 본부장이 윗선의 간섭과 압력을 견디다 못해 결국 떠나기로 결심했다보다는 해석이 나왔고 외국계에 인수되는 모 증권사 사장 또는 국내 증권사 계열사 사장으로 갈 것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11일 복귀의사를 밝히면서 조 본부장의 사표제출은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다. 그러나 이는 기금운용상의 문제점과 운용책임자가 겪어야 하는 고충이 얼마나 큰 지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기도 했다. ◇ 기금운용책임자 너무 자주 바뀐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은 펀드매니저라면 누구나 탐낼만한 자리이다. 110조원이 넘는 대규모 자금을 굴릴 수 있고 국가경제에도 기여할 수 있어 보람도 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용책임자가 유난히 자주 바뀐다. 1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맡은 자리임에도 몇년 근무하다가는 중도에 자발적으로 사표를 내거나 타의에 의해 그만둔다. 조 본부장에 앞서 기금운용본부장을 지냈던 김선영 본부장의 경우 타의로 쫓겨난 케이스. 국민연금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기금 운용과 관련해 손절매(스톱로스) 기준을 완화했다는 이유로, 시쳇말로 `짤렸다`. 2002년 회계감사를 받은 직후로 임기만료를 3개월 남겨둔 시점이었다. 당시 J모 주식운용팀장도 비슷한 시기에 그만둔 경우다. 벤처투자 및 특정금전신탁 운용과 관련된 질책성 인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벤처투자와 특정금전신탁은 기금운용본부가 투자대상 다변화를 위해 공을 들이던 부분이었다. 1998년부터 채권운용팀장을 맡으며 운용의 기본 골격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는 한승양 팀장의 경우 현대건설 채권을 과다 인수한 것이 문제가 돼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아웃소싱을 맡던 J모 팀장은 업계와의 관계가 문제됐다. ◇ 옥상옥 구조 시도에 불만 팽배..산으로 가는 배 현재 49명으로 구성된 기금운용본부는 대부분 신참이다. 외부영입이 많은 팀장급의 경우 특히 그렇다. 채권운용팀 박봉권 팀장은 지난해 10월 합류했고 리서치팀은 팀장을 빼면 모두 2000년 이후 입사다. 아웃소싱팀은 팀장포함 4명이 지난해 입사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 운용담당자들은 투신사나 운용사, 보험사 등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들"이라며 "졸개가 아무리 똑똑해도 지휘관이 잘해야 하는 법인데 수시로 짤리게 되니 제대로 관리가 될리 없다"고 꼬집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갈수도 강으로 갈 수도 있다. 기금운용본부 위에 자리잡고 있는 각종 위원회, 협의회, 부처 등에서 온갖 지시와 압력을 받기 때문에 운용의 투명성이나 독립성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조국준 본부장의 경우도 기금의 옥상옥 구조에 대해 불만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운용본부 위에 기금운용위원회를 상설화하는 방안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권한만 행사하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라며 크게 반발한 바 있다고 국민연금 관계자가 밝혔다. 강종구 기자 (darksky@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