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CB 발행 붐 "없어서 못 팔아요" (이데일리)

올해 전세계 전환사채(CB) 발행시장이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렸으며 발행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많은 이득을 안겨줬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가 29일 보도했다. 22일 기준 올해 전세계 전환사채 발행 규모는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80%나 증가한 1600억달러에 달했으며 이는 투자자들이 주식과 채권의 혼합형태인 전환사채의 이점을 적절히 포착했기 때문이다. 전환사채는 일정 기간 후 미리 결정한 조건대로 발행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을 의미한다. 발행기업의 재무안정성이 낮을 경우 투자자들이 주식보다 채권 보유를 선호하기 때문에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이 장기자금 조달을 위해 종종 발행하며 투자자역시 일반 채권이나 주식보다 수익성이 높다는 점에 이끌리게 된다. 기업들의 경우 전환사채 발행으로 또다른 장점도 얻을 수 있다. 일반 채권보다 전환사채 이자율이 낮기 때문에 낮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전환사채는 일반 회사채보다 신용등급도 높게 받을 가능성이 많다. 이를 정확히 포착하고 올해 재정적인 곤경에 처한 많은 회사들이 전환사채 발행을 시도했다. 9억7000만유로의 회계 부정으로 부도 위기에 내몰렸던 네덜란드 식품체인업체 아홀드와 프랑스 최대 통신업체 프랑스텔레콤은 각각 사상 최대규모인 150억유로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독일 금융그룹 알리안츠도 드레스트너클라인워트은행의 손실로 망가진 대차대조표를 개선하기 위해 대규모의 전환사채와 인수권(right issue)를 동시에 발행했다. 각국 정부도 전환사채의 높은 활용도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독일 정부는 개인투자자에게 의존하지 않고도 통신업체 도이체텔레콤 지분 일부를 거뜬히 팔아치웠다. 독일 정부는 50억달러의 전환사채를 발행해 도이체텔레콤 지분을 국가개발은행인 KfW에 팔았고 같은 방법을 도이체포스트에도 사용했다. 네덜란드 정부도 네덜란드 통신업체인 KPN 지분 중 20억유로를 같은 수법으로 덜어냈고 프랑스 정부역시 13억유로의 르노자동차 지분을 전환사채 발행으로 매각했다. 전환사채의 활발한 사용은 투자은행에게도 호재로 작용했다. 그간 전환사채 시장에서는 주가가 폭락한 회사의 채권이 주를 이루고있어 거래는 물론, 주식으로의 전환도 거의 일어나지 않았으나 올 들어 사정이 달라진 것. 9월까지 전환사채 거래규모가 지난해보다 50% 이상 증가하자 투자은행들은 이 부문을 담당하는 인력을 적극적으로 채용했다. 전환사채 붐에서 주목할 만한 또다른 점은 헤지펀드가 적극적으로 전환사채를 구매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발행가격이 저평가 상태라고 믿은 많은 헤지펀드들은 전환사채 구입, 기초자산인 채권에서는 숏 포지션을 취해 주식가격 하락위험을 헤지하며 많은 이득을 누렸다고 설명했다. 하정민 기자 (manua1@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