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자금 `갈팡질팡`..증시 외면한채 단기부동화 (이데일리)

시중자금이 갈 곳을 찾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 주가가 추세적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좀처럼 주식시장으로 향하지 않고 다시 단기자금으로 떠돌고 있다. 당장 주식시장으로의 본격적인 자금 유입을 기대하기 어려운데다 최근 빠른 금리 상승으로 인해 채권시장으로 몰리기에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 결국 자금은 지속적으로 단기 부동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고 금융시장 전체적으로도 불안정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금융기관과 기업, 가계 등 민간부문간에 원활하게 자금이 흐르도록 하는 `촉매`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자금 단기부동화 `여전`..유동성도 충분하진 않아시중자금의 단기 부동화는 여전하다. 주식시장은 아직까지 못믿겠다는 표정이고, 기업과 가계 등도 자금수요가 위축돼 있다. 최근 강력한 부동산시장 안정대책도 자금이 갈피를 못잡게 만드는 요인중 하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중 은행과 투신사, 종금사, 은행신탁 등 6개월 미만 상품의 예수금 평균잔액을 기준으로 한 단기수신규모는 총 379조2000억원으로, 전체 수신의 48.3%를 차지하고 있다. 단기수신 규모는 올 초 증가와 감소를 규칙적으로 반복하다 지난 4월부터는 5개월째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단기수신 비중도 연초 47.3%보다 1%포인트 높아졌다. 한은은 여전히 시중 유동성이 풍부한 편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다지 풍부하지 않다는 의견이 더 우세한 상황이다.금융권 전체적으로 수신규모가 줄어들고 있는데다 시중자금 자체가 많다고 하더라도 통화 유통속도 둔화나 금융기관의 자금중개 기능 부진 등으로 실제적인 유동성은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2분기 현재 총유동성(M3)의 유통속도는 0.52로 지난 90년의 1.03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반면 올 상반기중 M3 평균잔고는 1183조8000억원으로, 90년 174조3000억원보다 6배이상 늘어났다. 또 2분기중 금융거래 규모는 총 44조4000억원으로, 지난 2000년 4분기 이후 2년 반만에 가장 적었고, 금융부문이 기업과 개인, 정부 등에 공급한 자금이 4조4000억원에 그쳐 전분기 29조6000억원에 크게 못미쳤다. 한은 관계자도 "유동성은 풍부한 편이지만, 지난해에 비해 은행권을 중심으로 신용공급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고 금융기관 수신만 봐도 올해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오가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를 인정했다. 주식시장 외면이같은 추세는 최근 투신사의 주식형 펀드와 MMF 수탁고만을 비교해 봐도 확연히 알 수 있다.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은 지난 6월을 정점으로 둔화되고 있는 반면 MMF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투신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주식형 펀드의 수탁고는 8조9480억원으로 전주말대비 540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4월말 이후 1년6개월만에 9조원대가 무너진 셈이다. 반면 같은 날 현재 MMF는 49조2380억원으로 50조원대에 바짝 다가섰다. SK글로벌 사태 이후 급감했던 MMF는 4월말~5월초를 바닥으로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한은 자금시장팀 한승철 과장은 "투신권의 주식형 펀드와 주식혼합형 펀드는 최근 몇 개월째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어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과장은 "최근 주가가 꾸준히 상승하면서 기관들이 펀드 수익률을 맞추고 있어 개인들의 환매가 늘고 있고 주식을 산 개인들도 이익실현에 나선 후 자금을 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고객예탁금이 빠르게 늘어나지 않는데서도 잘 알 수 있다. 이같은 추세는 당분간 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개인들의 주식 매수자금 유입이 아직 소극적이고 월말부터 장기증권저축 만기 등 환매 요인이 많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과거 사례를 보면 종합주가지수와 역(-) 상관관계를 가장 뚜렷하게 드러냈던 채권혼합형 펀드 수탁고의 경우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한화증권 유재호 자금시장 담당 애널리스트는 "주가에 가장 민감한 것으로 알려진 채권혼합형 펀드가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봐서 당분간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렇다고 채권형 펀드로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지도 못할 전망이다. 지난 6월 시중금리가 3.95%까지 하락했다가 현재 4.40%대를 넘어선 이상 방향성에 대한 고민은 채권시장도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시중자금이 갈 곳을 찾지 못하는 양상이 지속될 경우 은행권에서는 자금을 받아들이는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높다. 은행의 경우 자금운용이 늘어야만 수신도 늘어날 수 있으며, 운용이 부진할 경우 수신도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그 사이의 갭은 기업어음(CP)이나 금융채 발행 등을 통해 메우게 된다. 유재호 애널리스트는 "부동산 억제책 등으로 은행의 대출 등이 줄어들 경우 일부는 채권 투자로 갈 수도 있지만, 우선적으로 유입자산 배분을 조정할 것"이라며 "이 경우 민감한 수신금리 조정 등으로 영업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자금 유입 속도를 조절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경기의 불투명성, 정치적 리스크 증가 등으로 주식시장에 대한 확신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 이어질 경우 남아도는 자금은 다시 부동산 쪽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시장에서는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자금이 금융시장, 특히 주식시장쪽으로 유입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적 대안들이 강구돼야 하며 금융기관과 민간부문간에 원활하게 자금이 돌 수 있도록 하는 `모멘텀`을 찾아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정훈 기자 (futures@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