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묶인 파생상품]③`발행 막혀버린` ELS, ELW 꼴날라

- 상반기 ELS 발행액 20.4조…전년比 56%↓
- 증권사 건전성 우려에 지난해말 ELS 발행규제 도입
- 과거 ELW 급증 때도 발행규제로 거래량 20분의 1로 '뚝'
- "투기적 거래 NO vs. 상품활로 차단하는 규제 옳지 않아"

ELS 발행현황(그래프=예탁결제원)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저금리시대 ‘국민 재테크’로 떠올랐던 주가연계증권(ELS)시장이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다. 지난해 ELS의 기초자산으로 많이 사용된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이하 H지수) 급락으로 손실이 불어나자 당국이 발행규제에 나선 탓이다. 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ELS 투자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 업계는 ELS가 과거 인기를 끌다 한순간에 시들해진 주가연계워런트(ELW)시장의 전철을 따르지 않으려면 상품 활로를 원천 차단하는 규제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당국은 증권사 건정성을 위협하는 과도한 ELS 쏠림현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아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상반기 ELS 발행액, ‘규제+시장불안’에 전년比 반토막

1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상반기 파생결합사채(ELB)를 포함한 ELS 발행금액은 20조429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6.6% 감소했다. 지난해 말과 비교했을 때도 30% 이상 감소한 규모다. 특히 지난달에는 2조5703억원이 발행돼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브렉시트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에 유로스톡스(EUROSTOXX) 5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가 전달대비 3000억 이상 줄어든 탓이다.

올해 들어 ELS 발행이 급격히 쪼그라든건 지난해 하반기 금융당국이 H지수의 쏠림현상을 우려하며 발행규제에 도입하면서부터다. 금융위는 지난해 전체 ELS 발행잔액 중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가 과도하다며 상환된 만큼만 신규발행할 수 있도록 발행규제를 도입했다. 이에 지난해 3월 5조8400억으로 정점을 찍었던 H지수 ELS 발행액은 지난달 1600억원이 발행돼 36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시장 위축에도 금융당국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해당 지수가 급락할 경우 투자자 손실뿐 아니라 증권사의 운용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어서다. 실제 국내 56개 증권사들은 올 1분기 파생상품 매매에서 8304억원 손실을 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해 3분기 기록한 1조3187억원 손실 다음으로 큰 규모다. 지난해 5월 1만5000선에 육박하던 H지수가 지난 2월 7500선까지 떨어지며 9개월만에 반토막나면서 증권사 운용손실도 함께 불어났다. 좀 더 많은 수익을 얻기 위해 운용과정에서 자체 헤지(위험회피) 물량을 늘린 게 부메랑이 됐다. 황세운 자본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국내 증권사들이 너도나도 비슷한 ELS를 찍어내면서 홍콩선물시장에서의 쏠림현상은 여전히 지나친 수준”이라며 “만약 금융위기와 같은 예기치 못한 상황이 와서 지수가 급락한다면 증권사 건전성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업계 “규제의 방향 문제…ELW 전철 밟을 것” 지적

그러나 업계에서는 특정 지수에 한하더라도 ELS 발행 자체를 원천봉쇄하는건 또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거 ELW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규제 방향을 재설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2005년 12월 개설된 ELW는 특정 대상물을 사전에 정한 미래의 시기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를 갖는 유가증권으로 개인투자자들의 적극적 참여에 힘입어 파생상품시장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 2009년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한데 이어 2010년에는 역대 최고인 2조7700억원까지 확대됐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투자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세 차례에 걸쳐 규제를 강화했고 검찰은 초단타 매매자인 스캘퍼들에게 특혜를 제공했다는 혐의로 12개 증권사 전·현직 최고경영자(CEO)를 기소했다. 이같은 조치로 ELW 거래규모는 전성기의 20분의 1 수준까지 급감하며 얼어 붙었다. 이후 법원은 증권사 CEO들에 무죄판결을 내렸지만 위축된 ELW시장은 지금도 살아날 기미가 없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ELS가 ELW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처음부터 제대로된 규제 방향을 설정하고 일관성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우려가 제기될 때마다 상품 활로를 원천봉쇄하는건 옳지 않다는 것. 그는 “ELS가 많은 투자자들에게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오인돼 팔려나가고 있는 만큼 상품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고 소비자들에게 선택권을 주는게 발행을 막는 것보다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국내 파생상품시장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규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특히 투자자의 손익에 근거해 개인투자자의 보호방안을 도입하는 방식을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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