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은행 일임업 허용은 금융체계 근간 흔드는 일…ELS 패닉 아냐”(종합)

- ISA 한해 일부 허용 가능
- “ELS 단기간 손실 크지 않을 것… 공모펀드 성과보수 필요”

[이데일리 김기훈 이명철 기자] “은행에 투자일임업을 허용하는 것은 국내 법과 금융시스템 체계의 근본을 흔드는 것이다.”

황영기(사진)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장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은행의 투자일임업 허용 여부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다만 내달 시행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관련, 신탁형 ISA에 광고나 자기예금 편입 등 일부를 허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취했다.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이하 H지수) 급락에 따른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에 대해서는 패닉을 우려할 단계가 아니라는 견해를 밝혔다.

◇“증권·은행 각자 코어 비즈니스 충실해야”

황영기 회장은 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은행은 예금을 받는 것이 코어 비즈니스로 투자일임업은 금융투자업권에 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은 원금이 보장되는 가장 안전한 금융기관이라는 것이 국민 인식인데 투자일임업은 다르다”며 “원금 손실이 발생했을 때 운용 전문가가 없는 은행은 고객 민원을 해결하는 것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는 최근 도마에 오른 은행의 투자일임업 허용 문제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의 수장으로서 원칙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 예금과 금융투자라는 각각의 본업에 충실해야한다는 의미다.

은행의 복합점포 도입도 투자일임업을 허용하지 않는 대신 허용해준 절충안인데 일임업을 요구한다는 것은 이치에 어긋난다는 견해도 냈다. 그는 “은행에 투자일임업을 허용하는 것은 문제가 많아 복합점포를 허용한 것이고, 그것으로 은행 수요는 충당됐다”며 “복합점포도 제대로 하지 않고 투자일임업을 허용해달라는 요구는 경우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ISA 판매시 일임형 판매가 가능한 증권사와 달리 신탁형으로만 판매해야 해 불리할 수도 있다는 은행권의 지적에 대해서는 일부 허용이 가능하다며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다.

황 회장은 “ISA 한해서는 은행도 광고를 허용해주는 것이 맞지 않겠나”라며 “은행의 자기 예금 편입도 가입 한도를 10%나 15%처럼 낮게 묶는다면 동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일부 사장들의 반대가 있지만 국민 재산 형성을 위해 도입된 제도라는 대의 아래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H지수 역사적 저점… 조기 환매 자제”

황 회장은 ELS와 관련 “작년 말 기준 37조원 규모의 H지수 연계 ELS 중 2년 내 만기는 3%(1조원)에 불과하다”며 “원금손실구간인 녹인(knock-in)에 들어가도 만기 지수에 따라 풀릴 수 있어 조기 환매는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지수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지난달 말 기준 0.84배로 역사적 저평가 수준이어서 지수 회복을 기다리는 것이 더 현명한 판단이라는 견해다. 불완전판매에 대해서는 “증권사와 은행이 자기 고객군의 연령대와 투자성향에 맞는 ELS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위험도에 따라 채널별 맞춤 상품을 판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증권사는 원금보장이 안 되는 대신 기대수익률이 높은 상품을, 은행은 원금보장이 되는 대신 기대수익률이 낮은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게 그의 제안이다.

한편 황 회장은 “공모펀드는 공시와 투자자보호에 대한 부담이 많은데다 성과보수가 없다 보니 유능한 펀드매니저들이 성과보수를 받을 수 있는 헤지펀드나 사모펀드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많다”며 주식형 공모펀드 성과보수의 도입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성과보수를 무작정 용인하면 펀드매니저들이 투자포트폴리오를 지나치게 위험하게 운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비대칭성을 막기 위해 주가 상승률 같은 지표를 초과하는 부분의 성과보수를 가져가는 식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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