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예·적금 금리 낮다며 파생상품(ELS) 권하는 은행들

- 불완전판매 가능성 고조...금융당국 현장 점검 예정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ELS는 3년간 주가지수가 30%까지 떨어지지만 않으면 최대 15%까지 수익을 챙길 수 있어요. 이자가 연 1%대인 예·적금보다 훨씬 낫죠.”

지난 24일 서울 중구 명동의 A은행. 목돈 500만원을 넣을 예금상품을 추천해달라고 하자 이 은행 상품담당자는 예·적금 대신 ELS(주가연계증권) 를 추천했다. 투자 리스크는 낮은데 수익률은 예·적금보다 훨씬 높아 요즘 최고 인기상품이라고 강조했다. 상품 가입을 위해 투자성향에 대한 평가를 받은 결과 파생상품 가입경험이 없는 기자는 55점을 받아 위험중립형(3등급)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은행원이 건넨 ELS 세부 설명서를 받아 보니 상단에 투자위험등급이 2등급(고위험)이라고 적혀 있었다. 아래 원금을 전부 잃을 수 있다는 주석이 달려있었지만 해당 은행원은 이에 대해 잠깐 언급만 할 뿐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기준금리 1% 시대가 열리면서 은행들이 고위험 상품인 주식형 파생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예·적금 금리에 실망해 은행을 떠나는 고객의 발길을 붙잡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ELS와 같은 파생상품은 수익구조가 복잡해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법. 때문에 은행들은 상품의 위험성은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무턱대고 높은 수익률만 강조하는 등 불완전판매를 일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으로선 투자자로부터 투자확인서에 서명만 받으면 상품 판매에 따른 법적 책임을 전혀 지지 않아도 되는 만큼 상대적으로 투자자 보호가 미흡하다는 얘기다.

◇ 예·적금 대신 ELS 권하는 은행들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의 B은행도 마찬가지였다. 해당 은행원은 기자에게 ELS 상품을 권유했다. 옆 창구 은행 직원도 적금을 가입하러 온 직장인에게 요즘 대세 상품이라며 ELS 상품 설명서를 건넸다. 이 은행에서 파는 ELS 상품은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와 유럽지수(EuroStoxx50)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주식파생형 상품. 예컨대 이 두 지수 중 하나라도 일정 수준으로 내려가지 않으면 애초 약속한 연 5%의 수익률을 보장해주게 된다. 반면 한 지수라도 기준점 아래로 내려가면 원금을 까먹는 구조다.

기자가 요즘 중국 증시가 안 좋다고 들었는데 괜찮냐고 묻자 돌아온 답은 장밋빛 일색이었다. “증시가 많이 내렸기 때문에 오히려 바닥에 근접해 지금이 들어가기엔 더 좋다”는 답이 돌아온 거다. 해당 ELS 상품은 원금을 모두 잃을 수 있는 위험등급 1~2등급 상품이었지만 복잡하게 설계된 상품구조를 설명하는 그대로 원금 손실 가능성을 강조하는 은행원은 없었다.

최근 한 시중은행에서 해외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에 1000만원을 넣은 직장인 이모(31)씨는 “은행에서 만기가 돌아온 1000만원을 ELS에 넣으라고 하길래 그대로 했는데 최근 중국 증시가 워낙 안 좋아 불안하다”며 “투자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지는 게 맞지만 애초 기초자산이 되는 해외 주가지수에 대한 설명이 상당히 미흡했다”고 말했다.

◇ 과거 원금 손실 사례 제시해야

은행 직원들이 ELS판매에 전력을 다하는 건 은행들이 인센티브까지 내걸며 상품판매를 독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로선 저금리기조에서 예대금리차로 수익 내기 어려워지만 ELS와 같이 높은 판매 수수료를 올릴 수 있는 상품을 선호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은행의 ELS 관련 판매실적은 급증세다. 올 상반기(1∼6월) 현재 국민은행의 ELS 판매실적은 11조원으로 1년전 같은기간(4조7000억원)보다 134% 급증했다. 신한은행은 94% 늘어난 4조 3400억원, 외환은행은 47% 증가한 1조6035억원 등이었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투자자가 원금 손실 가능성을 알고 ELS에 가입했더라도 제대로 상품 구조를 모르면 손실이 날 경우 은행들이 불완전판매를 했다는 지적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주가가 일정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원금을 잃지 않는다고 설명할 게 아니라 실제 과거에 원금을 까먹은 통계를 제시해 투자자가 원금 손실 가능성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LS에 대한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금융감독원도 ELS 발행 실적이 급증한 증권사와 은행을 상대로 현장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조성열 금감원 은행검사국장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금융사로부터 투자확인서를 받도록 하고 있지만 다소 미흡한 측면이 있다”며 “이번에 금융사들의 ELS 판매 실태를 점검해 문제가 발견되면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ELS(주가연계증권)=특정 종목의 가격이나 주가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손실과 수익이 결정되는 파생금융상품. 코스피200, 유로스톡스50 등 주가지수에 연동하는 상품은 지수형 ELS, 특정 회사 주식에 연동한 상품은 종목형 ELS라고 한다. 지수형 ELS의 경우 처음 가입했을 때 지수가 처음에 정한 만큼 떨어지지 않으면 약속한 수익률을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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