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ELS 조기상환 무산, 고의였을까 아니었을까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대법원이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판결에서 증권사가 아닌 투자자의 손을 들어줬다.

이 사건을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렇다. KDB대우증권이 삼성SDI를 기초자산으로 한 종목형 ELS를 발행했다. 조기상환을 결정짓는 중간평가일에 대우증권이 장 막판 삼성SDI 지분을 대량 매도, 종가가 하락하면서 조건에 미달해 조기상환이 무산됐다. 투자자 측은 이 부분에서 고의성이 의심된다며 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대우증권은 굳이 중간평가일에 대량으로 지분을 내놨어야 했을까.

이 사건을 이해하는 핵심 열쇠는 델타헤지(Delta hedge)다.

델타헤지는 기초자산의 가격 변화에 따른 옵션가치의 민감도를 나타내는 델타(Δ) 값에 근거해 헤지하는 것을 말한다. 선물과 달리 옵션은 콜·풋, 행사가격 등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기 때문에 델타헤지로 헤지 비율을 결정한다. 델타값이 1일 때 1만큼의 콜옵션을 매수하면 1만큼의 현·선물을 매도하면 되는 셈이다.

델타값에서 운용자의 시각이 개입될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옵션 가격을 평가할 때 변동성이라는 변수도 포함되는데 이를 얼마로 지정하느냐에 따라 델타값이 크게 달라진다. 위험을 감수하려는 부분 또한 델타값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헤지 방식 자체엔 문제가 없지만 증권사가 임의적으로 델타값을 조정할 가능성이 남아있는 셈이다. 한 증권사 상품개발팀 담당자는 “델타헤지는 ELS 구성에 들어가야 하는 정상적 헤지 방식이었고 정해진 델타값에 따라 물량을 내놔야 했다”며 “다만 종목형 ELS는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주가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LS 시장이 형성되던 초기, 손익에 민감해 녹인(Knock-in)하면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도 했다”면서 “운용자 입장에서는 수익률, 조기상환 조건 등을 따졌을 수도 있다”고 봤다.

이번 사건은 다른 ELS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이번 사건의 대상이 된 대우증권의 해당 ELS는 당시 150억원 물량으로 발행됐다. 이미 대법원 판결을 받은 3명(가입규모 2억1900만원) 외에 다른 가입자가 집단 소송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우증권 측은 집단소송 가능성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비슷한 사건 역시 민사에서만 대법원 3건, 서울고등법원 3건이 진행되고 있다. 형사에서도 대법원 1건, 하급심 3건이 이뤄지고 있다.

다만 이번 사건으로 전체 ELS를 매도해서는 안된다. 이미 지난 2009년 말 금융감독원이 평가일 가격을 만기일 하루가 아닌 3일 평균으로 바꿨고 동시호가 주문량을 일정 비율 이상 못하도록 하는 등 장치를 마련했다. 게다가 지수형 ELS 발행이 대부분이어서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지수에 영향을 미치긴 쉽지 않다.

한 ELS 관련 트레이딩 담당자는 “매매 내역이 기록에 다 남는 데다 금융당국의 규제도 심해진 상황에서 무리하게 물량을 내놓지 않는다”며 “각 증권사도 내부적으로 규제장치를 강화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미 규제장치가 다 마련돼있어 지금 상품과 관련성이 떨어진다 해도 이번 대법원 판결의 취지는 분명하다. 증권사가 잠시라도 투자자 보호의 중요성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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