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ELS 평가일 종가 관여는 보호의무 소홀히 한 것"

- 대우증권, 중간 평가일 동시호가 때 삼성SDI 대량 매도
- 중간 상환 조건 충족 방해로 투자자 손해…'배상책임 있다 '

[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주가연계증권(ELS) 수익률 조작 의혹과 관련한 법정 다툼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법원의 최초 판결이 나왔다. 주가연계증권(ELS)의 조기 상환을 결정짓는 평가일에 증권사가 종가 결정에 관여했다면 신의성실에 반하기 때문에 약속한 ELS 상환금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앞으로 이어질 다수의 ELS 관련 손해배상 소송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ELS 투자자가 KDB대우증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의 상환금 청구를 인용하는 취지로 원심 판결을 깨고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앞서 대우증권은 지난 2005년 3월16일 삼성SDI 보통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를 발행했다. 손해배상을 청구한 윤모씨등 3인은 ELS를 매입했다. 대우증권이 판매한 ELS는 삼성SDI 주가 10만 8500원을 기준가격으로 설정했다. 중간 평가일과 만기 평가일 삼성SDI 종가가 기준가격보다 높거나 같으면 연 9% 수익금과 함께 원금을 돌려주는 구조다. 발행일로부터 4개월이 지날 때마다 중간 평가를 통해 조기 상환할 기회가 있는 상품이었다. 2005년 11월16일 두번째 중간 평가일 삼성SDI는 10만 850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오후 들어서도 주가는 10만 8500원에서 10만 9000원 사이에서 거래됐다. ELS 투자자가 조기에 원금과 수익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었다.

하지만 당시 삼성SDI는 10만 8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2005년 11월16일 장 마감 10분을 앞둔 동시호가 때 대우증권은 보유하고 있던 삼성SDI 주식으로 대량 매도 주문을 냈다. 13만 4000주에 대한 매도 주문을 내 이 가운데 9만 8190주의 거래가 체결됐다. 동시호가 때 대우증권이 낸 매도 주문 규모는 전체 매도 주문의 약 79%에 달했고, 계약체결 관여율도 약 95%를 기록했다.

결국 해당 ELS는 만기까지 상환조건을 충족하지 못했고 투자자들은 원금에서 30%가량 손해를 봤다.

이에 투자자들 가운데 일부는 두번째 중간 평가일 당시 대우증권이 대량 매도 주문을 내지 않았다면 원금 보전은 물론이고 원금의 6%도 수익으로 챙길 수 있었다며 대우증권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대우증권은 1심과 2심에서 당시 매도주문이 기초자산의 가격변동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고 자산운용의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상적인 위험회피 거래라고 주장했다. 2심 재판부도 대우증권의 헤지거래행위가 삼성SDI 가격형성에 영향을 줬다고 해도 이를 부당한 이득을 얻기 위한 사기적 부정거래행위라고 볼 수 없다며 대우증권의 배상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민법과 구 증권거래법 제52조 제3호 등의 규정 취지에 비춰보면 증권사는 유가증권을 발행하거나 거래할 때 투자자의 보호나 거래의 공정을 저해해서는 안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위험 회피와 투자자 보호 사이에서 이해상충이 발생하더라도 투자자가 공정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우증권이 위험회피를 목적으로 삼성SDI 주식을 팔아야 했다면 주식 거래가 시작되는 오전 9시부터 마감하는 오후 3시까지 분산해서 팔 수 있었음에도 장 종료 무렵에 기준가격 이하로 매도 주문을 낸 것은 투자자 보호의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한편 증권사의 ELS 상환기준일 주식 대량매도행위와 관련해 대법원 3건, 서울고등법원 3건 등 다수의 민사 사건을 법정에서 다투고 있다. 형사 사건도 대법원 1건, 하급심 3건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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